핑크 플로이드는 물론 프로그레시브 록의 최고 앨범 중 하나로 평가받는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은 상업적으로도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발표되자마자 바로 각종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1973년부터 1988년까지 무려 741주 동안 빌보드 톱 200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판매는 자그마치 4,500만 장 이상이 팔린 것으로 집계된다. 여기에 담긴 노래들은 다양한 용도의 영상과 광고의 배경 음악, 방송 프로그램 시그널로도 자주 쓰여 노래 제목은 몰라도 일반인들에게조차 사운드는 결코 낯설지 않다.

최고의 록 명반들이 그렇듯 이 앨범의 커버 역시 걸작으로 평가 받는다. 스톰 소거슨(Storm Thorgerson)과 오브리 파웰(Aubrey Powell)로 구성된 디자인 그룹인 힙그노시스는 핑크 폴로이드와 찰떡궁합을 자랑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밴드의 관심사가 분위기, 감정, 정치, 전쟁, 약, 여자 등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이해했기 때문이다. 이 앨범은 프리즘을 통과한 빛의 스펙트럼을 대단히 단순하고 명징하게 표현했다. 바탕의 깊이 있는 검은색으로 인해 이 스펙트럼은 아름답고 장엄하다는 느낌을 준다.

이 디자인은 세 가지를 표현한 것이다. 먼저 밴드의 트레이드마크인 무대 빛이다. 핑크 플로이드는 무대에서 휘황찬란한 빛을 활용하는 것으로 명성을 날린 밴드다. 두 번째는 앨범의 내용이다. 이 앨범은 기본적으로 자신들을 미치게 만드는 것을 다루고 있는데, 그것은 시간, 돈, 광기, 죽음 등이다. 이들 주제와 스펙트럼이 논리적으로 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그만큼 모호한 표현을 즐겨 사용했다. 세 번째는 밴드가 요청한 단순함과 대범함이다. 특이한 점은 빛의 스펙트럼이 보통 빨주노초파남보로 표현되는데, 이 디자인에서는 남색이 생략되었다는 점이다. 힙그노시스는 남색은 보라색과 거의 비슷하다는 이유로 빼버렸다. 그러나 이를 알아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과학 이전에 예술”이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이 디자인 작업에는 스톰 소거슨, 오브리 파웰과 함께 그들의 협업자인 조지 하디(George Hardie)도 참여했다.